몸과 마음, 영혼의 통합

김리온 선생님

2022.09.26 ㅣ by 요가피플 홍대


몸만 여기에 있지 마음은 여기저기 부유하듯 떠다니고 있을 때가 많았죠. 그런데 요가를 하면 지금 서있는 땅에 뿌리를 내리는 기분이 들어요. 그렇게 현재가 명료해지면 반대로 과거에 대한 후회나 미래에 대한 걱정들은 흐려지는 것을 느껴요.


Q. 시작  


몸도 마음도 지쳐 있었을 때 우연히 일하던 곳 근처에서 요가원을 발견하게 되었어요. 그 주변에 퍼지는 묘한 냄새도 신기했구요. 정신을 차려보니 저도 모르게 그 요가원의 문을 열고 있었어요. 


사실 그 전까지는 요가에 대해 좀 편견이 있었어요. 땀도 별로 나지 않고 운동이 되지 않을 거라는… 그래서 가벼운 마음을 가지고 타월도 없이 첫 요가 수업에 참여했어요. 그런데 그날, 저는 쌀쌀한 날씨였음에도 매트가 철벅거릴 만큼 땀을 떨구며 매트 위에 엎어졌어요. 그리고 첫 사바사나를 하며 처음으로 내 몸을 알아주고 있다는 기분을 느꼈어요. 그날의 기분이 아직도 생생해요.

Q. 요가강사가 된 이유  


저는 예체능을 전공했어요. 그런데 오랫동안 키워온 꿈을 내려놓는 과정에서 저의 삶 전체가 무너지는 듯한 기분을 경험했어요. 저는 더이상 아무 가치가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큰 절망감이었어요. 그때 다행히 요가를 만나고 지도자과정까지 시작했지만, 처음부터 강사가 될 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시작했던 것은 아니었어요. 그 당시 요가원은 유일하게 저의 숨을 틔워주는 공간이었기 때문에 지푸라기를 잡는 듯한 마음으로 지도자 과정을 시작한 거였어요. 그래서인지 초반에는 자주 흔들렸고, 종종 집중력을 잃기도 했어요. 


어느 날, 지도자 과정 중간에 과거의 감정들이 올라와 뛰쳐 나가버린 적이 있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선생님께도 동기들께도 참 민폐였던 행동이예요. 스스로의 감정을 잘 이겨내지 못했던 것이 죄송스러워요. 탈의실에 들어가서 울던 저는 이제는 정말 아무것도 해내지 못할 거라는 패배감에 싸여 짐을 싸서 돌아가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어요. 그때 선생님이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셨는데 제 눈에는 마치 구세주 같았어요. 선생님은 이렇게 물으셨어요. 


“왜 그렇게 앉아 있어?” 

“선생님 저는 제가 너무 싫어요. 이제 저는 아무것도 못 할 것 같아요.” 


제 대답에 선생님은 엄격하지만 다정한 말투로 이렇게 말씀 하셨어요. 


“슬비, 네가 계속 거기에 앉아 있으면 계속 변하지 않을 거야. 변하고 싶으면 일어나야 해. 그리고 행동해야 해. 어떻게 하겠어? 넌 선택할 수 있어.”

제가 눈물을 닦고 일어나자 선생님은 저를 아주 꽉 안아주셨어요. 제 인생에서 가장 잊지 못할 순간이예요. 저는 그날부터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어요. 매일 지하철에서 중얼거리며 티칭 대본을 연습하고, 공부도 수련도 정말 열심히 했어요. 매일 매일 제가 달라지는 게 스스로도 느껴졌어요. 그 모습을 좋게 봐주셨던 선생님들께서 일자리를 소개해 주셨어요. 그리고 자연스럽게 강사의 길을 걷게 되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참 감사하고 기적같은 시간들이었어요.

Q. 어떤 요가 수련을 하고 있나요? 


최근까지는 아쉬탕가 수련을 했어요.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아쉬탕가 체형(?)이 전혀 아닌 제가 아쉬탕가 수련을 하게 된 이유는 아마 몰입감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다소 엄격한 규율들 역시 당시의 저에게 필요했던 것들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모든 것이 무너져 있었던 저에게 아쉬탕가 요가는 다시 바닥부터 탑을 쌓아 올릴 수 있도록 도와주었어요. 생활 습관부터, 삶에 대한 태도까지… 


3개월쯤 전부터 아쉬탕가 수련은 완전히 쉬고 있지만 되도록 자주 매트 위에 서서 제가 원하는, 혹은 필요한 움직임들을 시도하고 관찰하고 있어요. 적당한 시기에 적당한 사람이 찾아온다는 말처럼 요가 역시도 필요한 때에 필요한 요가 스타일이 찾아와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며, 한동안은 스타일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방식의 요가를 맞이해보고 싶어요.

Q. 좋아하는 아사나  


뭐니뭐니해도 마리차사나 시리즈예요! 저는 통통하고 허벅지가 두꺼운 체형에 타이트한 어깨를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마이솔 수련을 하는 동안 진도가 마리차사나에서 머물러 있었던 기간이 아주 길었어요. 진도에 의미를 두지 말자고 다짐하면서도 때로는 마음이 답답해 눈물이 핑 돌기도 하고, 수련실에 가는 버스에서 ‘오늘은 마리차사나를 성공할 수 있을까?’ 미리 걱정하기도 했었어요. 저한테 마리차사나는 그저 공포의 대상이었어요. 

그런데 어느날부턴가, 마리차사나가 흥미롭게 여겨지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마리차사나를 정성들여 한 날과 그렇지 않았던 날의 어깨 컨디션이 다르다는 것을 깨닫기도 했어요. 내가 가장 힘들어하는 아사나는 나에게 가장 필요한 아사나라는 선생님 말씀의 의미를 그때 알게 되었어요. 그 이후로는 마리차사나가 기다려지고 즐거워요. 비록 여전히 C,D는 손을 잡지 못 할 때가 더 많지만요. 마리차사나 만세!

Q. 나에게 요가


저는 과거에 대한 후회나, 미래에 대한 걱정이 참 많은 사람이었어요. 몸만 여기에 있지 마음은 여기저기 부유하듯 떠다니고 있을 때가 많았죠. 그런데 요가를 하면 지금 서있는 땅에 뿌리를 내리는 기분이 들어요. 그렇게 현재가 명료해지면 반대로 과거에 대한 후회나 미래에 대한 걱정들은 흐려지는 것을 느껴요. 시간이 절약되고, 집중력이 높아져 일의 효율도 좋아졌어요. 그리고 정서적 안정상태에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이 길어진 것을 실감해요. 


신기하게도 최근들어 중독에 대해서 자주 이야기 하게 되는데요, 저는 스스로의 힘이 약해 다른 대상에 쉽게 중독되는 편이었어요. 술, 담배, 음식, 사람, 습관, 쇼핑, sns… 잠시 현실로부터 벗어나게 해줄수 있는 것들에 의존하곤 했어요. 그런데 수련을 이어가며 그 중독들이 저절로 하나씩 끊어지게 되었어요. 중독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저 위의 것들을 평생 절대 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것을 선택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는 뜻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아마도 이것이 제가 요가로부터 얻은 가장 큰 혜택 중 하나인 것 같아요.

신기하게도 최근들어 중독에 대해서 자주 이야기 하게 되는데요, 저는 스스로의 힘이 약해 다른 대상에 쉽게 중독되는 편이었어요. 술, 담배, 음식, 사람, 습관, 쇼핑, sns…잠시 현실로부터 벗어나게 해줄수 있는 것들에 의존하곤 했어요. 그런데 수련을 이어가며 그 중독들이 저절로 하나씩 끊어지게 되었어요. 중독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저 위의 것들을 평생 절대 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것을 선택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는 뜻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아마도 이것이 제가 요가로부터 얻은 가장 큰 혜택 중 하나인 것 같아요.

Q. 앞으로의 계획 


코로나로 인해 가장 어려움을 겪은 업종이 저와 가장 가까운 문화 예술, 그리고 체육 계통이 아닐까 생각해요. 그래서 깊이 고민해봤어요. 대면이 필수적인 우리 업계가 점점 사람들에게서 멀어지지는 않을까? 얼마 지나지 않아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문화예술, 그리고 우리 계열은 앞으로 더더욱 사람들의 삶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거하고 믿어요. 


저는 코로나를 경험하며 더욱 더 뜨거운 마음을 가지게 되었어요. 저는 몸과, 마음 그리고 영혼을 통합적으로 트레이닝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Mind-Body-Soul 모두 ‘나‘ 잖아요. 요가와 명상, 그리고 예술을 통합한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싶어요. 쑥쓰럽지만 벌써 Find Your Light 라는 이름도 지었어요. 우리 모두의 안에는 이미 문제를 해결하고 변화를 촉발시킬 빛이 존재한다고 믿거든요. 더불어 지금 당장은 캄캄하게만 여겨지는 우리 사회에도, 반드시 빛이 찾아들기를 기도해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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