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션 커플요가

민경&거누

2023.03.27 ㅣ by 요가피플 홍대


요가라는 또 다른 색채로 채워진 시간을 함께 걸을 수 있다는 것은 참 축복인 것 같아요. 운동의 즐거움은 해 본 사람만이 알거든요. 동작을 성공해냈을 때의 쾌감, 수련 후의 개운함, 운동에 집중했을 때 이루어지는 망각, 망각으로 가능한 나 자신을 향한 집중…등 이런 경험을 서로가 이해시키려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참 좋은 것 같아요.


Q. 당신은 어떤사람  


(거누) 밴드 ‘도마’와 ‘문소문’의 멤버, 기타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거누’라고 합니다. 어릴 때 건강문제로 시골의 대안학교를 다니다가 문득 인생의 위기감을 느껴 기타를 치게 되었고, 지금까지 음악 활동을 이어가고 있어요.  


(민경) ’카코포니’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뮤지션 김민경입니다. 음악 활동을 한 지는 이제 4년 차입니다. 전 소위 말하는 명문 대학의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고시를 준비하는 정형화 된 엘리트 코스를 살아가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엄마가 돌아가시면서 제 인생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어렸을 적부터 꿈으로 가지고 있던, 하지만 무시해왔던, 음악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작년부터 폴 댄스의 매력에 빠져 운동을 열심히 해보고 있어요. 요가원에 다니기 시작한 지는 4개월 정도 된 것 같아요.

Q. 과거


(민경) 작년에 개인적으로 힘든 일이 많았어요. 특히 예정된 고통들이 많아서 시간이 흐르는 것 자체를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 망가져 있는 저에게 유튜브 요가 수련을 따라 하는 건 정말 큰 도움이 되었어요. 가만있으면 온갖 생각과 감정들로 몇 분도 가만히 있지 못했는데, 요가 덕분에 몇 시간을 보냈죠. 시간을 견딜 수 있게 해줬어요. 고작 유튜브를 통한 수련이었지만, 마음이 차분해져서 제가 가진 불안과 슬픔을 컨트롤할 수 있다는 감각을 조금 가질 수 있게 되었어요. 그 시기 이후에 휴식하러 제주도에 갔다가 용기 내어 1일 체험으로 요가원에 갔어요. 회복된 마음으로 갔는데도 그 경험이 좋게 남아서 서울에 돌아와서도 다녀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거누) 학교를 다니면서 무술이나 운동을 시켜서 조금 했었는데 운동은 잘 못하지만 남들보단 유연하다는 것만 분명히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요가를 잘 할거 같다고 많이 들었었는데 여태까진 여유가 없어서 시작하지 못하다가 최근 여행가서 요가 체험을 해보게 됐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편안하고 개운해서 꾸준히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Q. 나에게 요가란


(민경) 아직 시작한 지 오래되진 않아서 저에게 있어 요가의 의미를 깊이 생각해 본 적은 없었어요. 그런데 이 질문 덕분에 곰곰이 생각해 보니 요가는 제가 가진 삶의 자세를 몸으로, 일상적으로 실천하게 하는 통로인 것 같아요. 그러고 보면 요가가 예술과 참 닮아 있어요. 완성을 향해 조금씩 나아가는 과정이- 그리고 결국에 몰입의 경험으로 이어진다는 점이 비슷한 것 같아요. 


(거누) 어릴 때 이상한 자세로 누워서 노는걸 많이 했는데 그때 아무 생각 없이 했던 몸짓들에 요가와 비슷한 동작들이 있다는 걸 느꼈어요! 뭔가 신기하기도 하고.. 왜 이제야 요가를 했는지 싶어요. 요가를 하면 몸과 정신을 수련하며 단련되는 기분도 들지만 무언가 친밀해지는 느낌이 들어 그 편안함이 좋습니다.

Q. 지금,  


(민경) 폴 댄스를 1년 넘게 한지라 유연성이나 체력이 많이 길러졌다고 생각해서 오만한 마음을 가지고 요가를 시작했어요. 그러나 정말 수련할 때마다 왜 이리 힘든지… 동작을 조금 잘하게 되면 디테일하게 더 신경 써야 할 부분들이 생기게 되더라고요. 특히 근본적으로 어깨나 등의 경우에는 힘을 잘 못 쓰며 평생을 살아와서 이 부분에만 집중하며 한 시간을 보내도 너무 힘듭니다. 그래도 갑자기 불쑥 실력이 늘어있는 나를 발견할 때에는 너무 뿌듯해요. 어느새 성큼 자라있는 식물처럼 계속 하다보면 는다는 것을 느꼈어요. 그래서 그냥 꾸준히 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거누) 만성적으로 있던 근육 뭉침이 거의 없어졌고, 코어의 힘과 몸이 더 유연해진 것을 느껴요.

Q. 바람  


(민경) 어깨를 제대로 열고 후굴 자세를 좀 더 명확하게 하고 싶어요. 다른 부위를 쓰는 동작은 당장 잘 하지는 못해도 선생님의 말이 이해가 되고 내가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데, 어깨나 후굴은 이 방향이 맞는지조차 모르겠거든요. 선생님의 말을 열심히 더듬어가며 적용해 보고 있는데, 아직도 안개가 끼인 듯이 막막합니다. 적어도 방향성의 확립은 하고 싶다는 욕구가 있습니다.  


(거누) 아직 부족한 게 많아 모든 자세(아쉬탕가, 빈야사)들을 완벽하게 소화하고 싶어요. 특히 균형 자세가 약해서 잘 하고 싶어요.

Q. 함께 하는 요가 


(민경) 나눌 수 있는 게 더 많아졌어요. 요가라는 또 다른 색채로 채워진 시간을 함께 걸을 수 있다는 것은 참 축복인 것 같아요. 운동의 즐거움은 해 본 사람만이 알거든요. 동작을 성공해냈을 때의 쾌감, 수련 후의 개운함, 운동에 집중했을 때 이루어지는 망각, 망각으로 가능한 나 자신을 향한 집중…등 이런 경험을 서로가 이해시키려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참 좋은 것 같아요. 언어라는 수단이 사실 부족한 점이 너무 많잖아요. 그래서 저도 음악을 하고 있고…몸을 함께 움직이고, 수련의 시간을 공유한다는 건 그 어떤 말을 나누는 것보다 로맨틱하지 않나요?


(거누) 함께 요가를 하면서 서로의 모습을 지켜보고 요가가 끝나면 느껴지는 개운함과 오늘의 몸과 마음의 상태를 이야기 할 수 있어 좋아요. 혼자 갈 때보다 덜 부끄럽기도 하고요.

Q. 좋아하는 아사나


(민경) 파스치모타나아사나. 전굴을 정말 못했었는데 요가 다니면서 많이 늘었어요. 예전에는 내려가는 데에만 집중하느라 너무 고통스럽기만 했거든요.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는 호흡에 집중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어요. 고통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좀 더 내 몸속에서 자유로워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내 몸의 몰입의 경험 속에서 내가 사라지는 감각을 이 동작하면서 처음으로 엿볼 수 있었어요. 사실 요가를 하면서 동작을 제대로 해내게 되면 어떤 매력이 남아있는 걸까 궁금했는데, 마치 게임의 다른 스테이지로 가는 것처럼 몰입의 경험으로 이어지겠구나 하고 깨달았어요. 멀리서 보았을 때 아주 작은 점처럼 보이던 세상이 가까워지니 그 점의 깊이가 어마어마했다고 해야 할까요. 


(거누) 다운 독이요. 얼핏 간단한 자세 같지만 신경 써야 할 디테일이 많고 디테일을 잡으면서 몸을 정리해 주는 기분이 들어 좋아해요.

Q. 나의 요가루틴


(민경) 일주일 중 두번 정도 요가를 합니다. 사실 반복하는 걸 잘 못해요. 재미도 없어하고, 집중력도 떨어지고.. 그런데 수요이 아쉬탕가 수련을 매번 반복할 때마다 매번 다른 몸과 마음의 반응을 느껴요. 마치 같은 노래를 불러도 무대마다 매번 다르게 부르고 다른 것을 느끼는 것처럼요. 그 매력에 계속 반복되는 아쉬탕가 수업을 듣는 것 같아요. 성격상 너무 편하게 요가를 하지는 못하지만, 너무 제 자신을 몰아붙이지 않으려 하고 있어요. 현실에서도 잘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으니까요. 그리고 좋은 방향성과 꾸준함이 있다면 실력은 늘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아서 꾸준하게 나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거누) 아직 루틴이라고 할만한 건 없지만 아침 아쉬탕가를 좋아해요. 뭉친 몸을 풀어주고 부족한 운동도 할 수 있어서 끝나면 개운해져서 계속 아쉬탕가를 하게 되는 거 같아요. 

Q. 요가피플은 어떤 곳  


(민경) 큰 창이 있는 편안한 공간입니다. 따뜻하고 섬세한 분위기가 느껴져요. 요가원의 향, 빛, 음악, 선생님의 목소리가 잘 어울려져서 수련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것 같아요. 저 마다의 이야기가 있는 사람들이 같은 공간에서 같은 동작을 하며 같은 시간을 보내는 건 사실 작지만 기적 같은 일이라 생각해요. 요가피플은 그런 작은 기적이 일어나기에 너무 적절한 공간이라 느낍니다.  


(거누) 처음에 요가원을 알아볼 때 여러 요가원들 중에서 가장 편안해 보여서 오게 되었어요. 실제로 와보니 정말 좋았고 처음 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편안하게 잘 다니고 있어요. 현재 저한테 일상 속 하나가 된 편안한 곳이에요.

Q. 요가피플에게 한마디  


(민경) 함께 수련을 할 수 있어서 행복하고, 감사합니다. 요가 수련을 할 때마다 그 수업 하나가 마치 하나의 삶처럼 느껴지고는 해요. 내 몸을 깨우고, 무언가를 잘 해내고 싶어서 고군분투하고, 포기도 하고, 움직이다가 마지막에 잠드는 과정이 꼭 하루 같기도 하고, 하나의 삶 같기도 해요. 혼자가 아닌 누군가와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그 자체로도 무거운 위로와 더 열심히 하게 되는 원동력을 주는 듯합니다. 감사해요. 


(거누) 말수가 적어 말씀은 많이 못 드렸지만 저에게 많은 도움이 되는 공간이에요. 함께 요가하시는 분들도 앞으로 함께 잘 수련해 보아요!


아티스트 카코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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