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과 요가

파티엄마 차유미님

2024.01.29 ㅣ by 요가피플 홍대


저의 성향이 경쟁하는 것에 굉장히 익숙해져 있어서 옆 사람이 잘하면 그걸 넘어서거나 따라가고 싶어해서 나도 모르게 무리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집에가서 안되는 자세 연습 해 보고, 영상도 막 찾아보고요. 그러고나면 며칠 앓기도 하고, 아프기도 했는데 선생님이 잘 하는 것보다 내 몸에 맞게 하는게 중요하다고 했을 때 뭔가 많이 생각해 보게 됐어요.


Q. 당신은 어떤 사람


제가 생각하기에 전 남에게 보여지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내가 아닌 타인을, 주변 환경들을 많이 의식하는 사람이요. 힘들어도 힘든 티를 잘 내지 못하고, 슬퍼도 괜찮은 척 하고.. 자존심 때문에 어릴 때 쎈 척 하던 버릇이 나이가 들면 좀 줄어들 줄 알았는데 그렇지가 않더라고요. 

제 주변 사람들이 혼자서 모두 잘 해결하는 강인한 여장부다운 나의 모습을 좋아 해 준다고 생각하니까 실망감을 주지 않으려고 더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러다보면 혼자있는 시간이 무거울 때가 많아요. 그래서 집에 혼자 있지 않으려고 밖으로 나올 때도 많습니다.

Q. 힘듦의 감정 


파티 앞에 키우던 강아지, 오복이를 떠나 보냈을 때의 감정을 이루 말할 수가 없어요. 누군가에게 정말 의지하고 싶고, 얘기하고 싶은데.. 다들 내가 잘 견뎌 낼 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나도 계속 슬퍼하고 있으니까.. 사람들이 나에게 실망하지 않을까란 생각도 들었어요.. 얼마 전에 타로점을 보는 곳이 있어서 지나가다 들어가 봤어요. 카드를 뽑았는데 지금 많이 힘드시냐고 묻는거에요. 그 순간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쏟아졌어요.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위로를 받는 느낌이랄까.. 정작 가까운 사람들에게는 이런 표현을 잘 하지 못하고, 늘 이런식으로 해소를 해왔던 것 같아요.

Q. 요가하러 오는 날


요가원에서 마음이 맞는 친한 친구가 생기고 나서부터 요가원을 오는 발걸음이 더 즐거워졌어요. 1년 넘게 요가피플을 다니면서 처음에는 ‘요가하고 빨리 집에 가야지’ 했는데 함께 하는 도반이 생긴 후부터는 왠지 모를 설레임도 같이 생겼던 것 같아요.  예전에 저는 누군가 길을 물어보면 ‘잘 몰라요’ 하고 짧게 답하는 사람이었는데 어느순간부터인가 누가 길을 물어오면 엄청 친절하게, 자세히 알려주고 있는 거에요. 그때 ‘내가 말을 하고 싶었나..’ 생각했어요.

슬픈 얘기지만 말을 하고 싶은데 말을 터놓고 싶은 사람이 없었나봐요. 나이가 좀 들고 다들 각자의 삶이 있다보니 일주일에 한번은 보던 친구들도 이제는 한두달에 한번 만날까 말까고.. 또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되도 나의 모든걸 털어놓기는 서로가 부담스럽고, 필요에 의한 관계들도 많다보니.. 여기 와서 수다떠는 내 모습을 보며 ‘내가 이렇게 수다를 좋아했구나’ 알게 됐어요. 사람관계에서 이제는 정말 친하다는 생각은 잘 안들었는데.. 요가원에서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좋은 친구들을 많이 만났어요.

Q. 좋아하는 아사나 


전사자세2요. 이 자세를 할때 자신감을 느껴요. 그래서 빈야사 수업을 좋아하나봐요. 처음 요가를 시작할 때 아쉬탕가, 빈야사 위주로 수업을 들었어요. 엄청 열심히 하다가 하타요가를 했는데 그때 실핏줄이 터져서 병원에 간적이 있거든요. 그리고 역자세 연습 할 때 옆사람이랑 부딪힐뻔하고 좀 두려움이 생겼어요. 다른사람을 의식하는 나의 성향과는 다르게 이 자세에서는 자신감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아요. 

Q. 요가를 시작하게 된 계기  


다이어트 목적으로 시작했어요. PT는 금액적인 부담도 있지만 하고 나면 근육이 커지면서 덩치도 좀 커보이거든요.. 전 여리여리한 몸을 갖고 싶은데.. 그래서 요가를 시작했어요. 좀 예전이었는데 그때를 떠올려보면 빈야사 앞에 하던 수리야 나마스카라가 아직도 기억이 나요. 지금까지 운동을 끊임없이 해온 편이에요. 필라테스도 오래하고, PT도 오래 해 왔어요. 필라테스가 좀 지루해져 갈때 그때 떠올랐던게 예전에 했던 빈야사 요가에요. 그때는 하타요가는 따로 모를 때 였어요. 만약에 다시 요가를 시작하려고 했을때 하타요가를 봤으면 겁이나서 요가를 시작하지 못했을 것 같아요.

Q. 요가가 주는 성취감, 그리고 편안함  


이제 와서 하는 얘기지만 저는 선생님이 ‘맞아요!’라고 말하는 말투를 좋아해요. 누가 나에게 뭘 ‘잘했다~’ 얘기 해주는 경우가 잘 없잖아요. 칭찬 들을 일이 하루에 몇번이나 있겠어요. 그 말을 들으면 칭찬받는 기분이 들어요. 


그리고 저의 성향이 경쟁하는 것에 굉장히 익숙해져 있어서 옆 사람이 잘하면 그걸 넘어서거나 따라가고 싶어해서 나도모르게 무리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집에가서 안되는 자세 연습 해 보고, 영상도 막 찾아보고요. 그러고나면 며칠 앓기도 하고, 아프기도 했는데 선생님이 잘 하는 것보다 내 몸에 맞게 하는게 중요하다고 했을 때 뭔가 많이 생각 해 보게 됐어요. 솔직히 몸을 예쁘게 만들고 싶어서 시작한게 맞긴 하지만 건강하기 위해 하는거니까요.

하다보면 어느순간에 자세에 가까워질 때가 오는 것 같아요. 누군가는 타고난 몸으로 한번에 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열번을, 백번을 해야 되는 사람일 수도 있잖아요. 지금 요가원 다닌지 1년이 넘었는데 아직까지 머리서기를 완벽하게 하지 못한다는게 창피할 때도 있었어요. 하지만 중요한 건 그냥 내가 다치지 않으면서, 열심히 즐기면서 재밌게 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에 만족하고 있다는 것이에요.

Q. 나에게 요가란  


제가 어깨가 많이 말려있었잖아요. 예전에는 편협하게 말린 나의 어깨를 유일하게 펼 수 있는 공간이란 생각을 했는데 요즘 저에게는 편협하게 만들어진 나의 마음을 열어주는 곳이란 생각을 해요.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에서 눈치보는 것도 좀 내려논 것 같고..운동을 무조건 잘해야만 한다는 마음도 많이 내려놓게 됐어요. 내가 가지고 있는 편협한 강박 같은 것들 몇개가 깨지기 시작한 것 같아요.

Q. 요가피플은 어떤 곳  


여기서는 유미로 불릴 수 있는 곳. 헬스나 필라테스 같은 다른 운동을 할때는 ‘이거 끝나고 집청소하고, 빨래하고 뭐하고 뭐해야지’ 이런 생각을 많이 하는데요, 요가원에 와서는 나를 많이 생각하는 것 같아요. 우리 첫번째 강아지– 오복이를 떠나 보낸 슬픔이 밀려와 요가를 하면서 눈물을 흘릴때도 있었거든요. 나의 감정과 몸, 나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돼요. 움직이다보면 ‘이 곳이 이랬구나, 아팠구나.. 막혀있구나’ 이런 걸 느끼는 것 처럼.. 그래서 여기에는 내가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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