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이 표현 예술이라 했는데 경험하고 있는 요가 또한 표현이에요.
나에게 오롯이 집중하지 못한 삶이었는데 요가를 통해 나의 숨과 나의 몸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고, 동시에 내 마음까지도 자주 관찰하게 되었어요. 그런 매력들로 인해 요가가 더욱 궁금해졌고, 가볍게 시작했던 요가를 진지하게 대하기 시작하며 지금까지 요가 수련생의 삶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1. 요가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중학생 때부터 무용을 시작하여 무용수로 살아오다가 건강상의 문제로 중단하게 되었어요. 무용을 하는 동안에는 제가 다른 일을 할 거란 상상을 해본 적이 없어서 관두고는 잠시 방황을 하기도 했습니다. 몸을 쓰는 일 중에 건강을 챙겨가며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대학시절 교양수업으로 들었던 요가가 떠올랐어요.
다시 배워보고 싶은 맘에 집 근처 요가원을 찾아갔고, 그 곳의 요가는 제가 학교에서 짧게 경험했던 요가와는 많이 달랐습니다. 정적인 동작들을 생각했는데 처음 해본 빈야사 요가는 움직임이 많고 또 강했어요. 도저히 쉬질 않더라고요! 또 한 자세에 가만히 머무르는 동안에는 처음으로 몸의 감각들을 인지하게 되었어요. 그 감각이 좋았고, 또 이런 감각들을 그동안 모르고 살았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수련 마지막에 하는 사바사나도 처음에는 낯설었는데 점점 매트 아래로 녹아내려가는 기분이 들어 이내 바로 편안해졌어요. 수련을 마치고 긍정적인 기운이 새롭게 채워지는 게 참 좋았습니다. 나에게 오롯이 집중하지 못한 삶이었는데 요가를 통해 나의 숨과 나의 몸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고, 동시에 내 마음까지도 자주 관찰하게 되었어요. 그런 매력들로 인해 요가가 더욱 궁금해졌고, 가볍게 시작했던 요가를 진지하게 대하기 시작하며 지금까지 요가 수련생의 삶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2. 선생님의 전공인 현대무용과 요가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무용을 그만한지 벌써 10년이 넘었어요. 제가 경험했던 무용은 선생님들의 가르침과 저의 감정적인 경험을 토대로 몸으로 표현하는 예술이었어요. 무용은 제가 있는 곳 어디에서든지 할 수 있었어요. 화려하게 잘 만들어진 무대뿐만 아니라 연습실, 또 길바닥 어딘가도 무대가 됐죠. 공간 활용이 광범위했어요. 넓은 공간에서도 자유롭게 이동하며 그 공간을 모두 사용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요가를 시작하기 전에 요가를 하는 모습을 시각적으로 접했을 때 내 몸 크기만한 작은 매트 위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궁금했어요.
솔직히 답답해 보이기도 했어요. 하지만 반전이 있었죠. 요가를 해보기 전까지는 한 자세로 가만히 있는 것 자체가 낯설게 느껴졌는데 직접 해보니 그 머무름 속에서 강함을 느낄 수 있었어요. 가만히 머무르는 연습을 하며 내 몸 구석구석을 내면으로 바라보게 되었고, 한 자세에 머물러서 선생님의 말에 맞추어 호흡과 함께 조금씩 움직일 때에 깨어나는 감각들이 신기했어요.
무용이 표현 예술이라 했는데 제가 경험하고 있는 요가 또한 표현이에요. 머무름 속에서 느껴지는 자극이 시간에 따라 계속 변해가요. 편안하다가도 고통스럽고 또 다시 몸이 열리면서 평화로워 질 때가 있어요. 육체적인 자극이 감정을 컨트롤 하기도 했어요. 요가를 지도할 때에도 수련생들의 감정 상태가 전해져요. 편하게 오셨다가도 움직임의 제한으로 힘들어 보일 때도 있고, 지쳐있는 상태로 왔다가도 수련을 통해 피로가 회복되어 기분 좋게 돌아가시는 모습을 발견하기도 해요.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어요. 표정으로, 또한 원활해져 가는 움직임으로 충분히 표현이 되기도 해요. 무용과 요가는 이렇게 다른 형태로 비슷하기도 합니다.
3. 어떤 요가수련을 하세요?
주로 아쉬탕가 요가를 수련하고 있어요. 예전에 아쉬탕가 요가를 수련하는 어느 강사님을 알게 되었는데 대화 속에서 느껴지는 아쉬탕가에 대한 자부심이 근거가 있을 것 같아 궁금했었거든요. 저도 경험해보고 싶은 맘에 집 근처 아쉬탕가 전문 요가원으로 찾아갔습니다. 그날 수업은 레드 클래스 였는데(레드클래스는 선생님의 카운팅에 맞추어 정해져 있는 순서대로 수련하는 방식이에요)
당시에는 아쉬탕가 순서도 몰랐을 뿐 아니라 이런 수련 방식에 대한 개념도 없어서 처음 겪는 아쉬탕가의 역동적인 움직임에 너무 놀라고 많이 당황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저를 가르쳐주신 선생님께서도 많이 당황하셨을 것 같아요. 그런데 선생님께서는 입으로는 카운팅을 계속 이어가시면서 맨 뒤에 있던 제게 가까이 오셔서 몸으로 아사나에 대해 제가 이해할 수 있도록 잘 안내해 해주셨어요.
그때 선생님의 목소리와 데모에서 좋은 에너지를 느끼게 되면서 정식으로 아쉬탕가를 배워보기로 마음을 정하고 지금까지도 그 선생님께 지도를 받고 있습니다. 아쉬탕가를 시작하기 전에는 필요에 따라 그때그때 프로그램을 정해서 수련했는데 그런 수련 방식이 지속적이지는 못했어요. 아쉬탕가를 시작하고부터는 꾸준히 수련을 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매번 도전할 만한 자세가 등장했고, 원하던 걸 해냈을 때의 성취감이 너무 좋았어요. 아쉬탕가 수련은 항상 해야 할만한 이유가 생기는 듯해요. 그리고 때로는 정적으로 잠잠하게 수련하고 싶을 때도 있어요. 그럴 때는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느리게 움직이며 천천히 저를 관찰하는 시간을 보내기도 해요.
4.선생님의 앞으로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9년째 요가를 수련하고 있는데 제가 생각했던 것보단 오래 요가를 이어오고 있어요. 이렇게까지 요가를 좋아하게 될 줄도 몰랐고, 그 동안 어떠한 계획을 두고 요가를 해본 적은 없었어요. 수련을 할 때의 신선하게 채워지는 에너지가 좋았고, 또 요가를 멈춰야만 할 이유도 생기지 않아 이렇게 오랫동안 한결같이 요가를 하고 있네요. 제가 수련을 하면서 깨닫게 되고 채워지는 에너지를 누군가와 나누고, 그로 인해 긍정적으로 변해가는 분들을 볼 때에 행복감을 느껴요. 그렇게 살다보니 저의 요가인생의 방향이 한해한해 조금씩 변해 있었어요. 예상하지 못한 모습이지만 변해가는 제 삶이 좋네요.
저에게 있어서 요가강사는 매트위에 서 있을 때가 가장 강사다운 모습 같아요. 강사로서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제가 먼저 채워져야 가능하다는 것을 수련을 할수록 더 강하게 깨달아요. 큰 욕심 같지만 화려하지 않아도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지속적으로 수련하며 나누는 자리에도 오래오래 서있고 싶어요. 이게 제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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