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03. 05 ㅣ PEOPLE
그들이 환상적인 파트너가 될 수 있었던 이유
세계인들의 눈이 쏠린 평창올림픽 은반에서 '아리랑'에 몸을 맡길 수 있다는 감격. 민유라가 흘린 눈물의 의미였다.민유라-겜린은 단아하고 절제된 동작, 그 속에 서글픈 한국의 정서를 담아 아리랑 선율에 춤췄다. 그들의 연기 후 관중석에선 우레와 같은 함성과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민유라와 겜린은 서로를 마주보며 감정의 여운을 삼켰다. 점수와 순위를 떠난 감동이었다.
민유라 선수와 알렉산더 겜린 선수는 지난 2015년부터 팀을 결성해 함께 호흡을 맞추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시즌은 지난 지난 7월 레이크 플레시드 대회 출전을 시작으로 그랑프리 1차 대회인 스케이트 아메리카에 출전하며 그랑프리 시리즈에 데뷔하였는데요. 함께 스케이트를 탄 지는 오래되지 않았지만 지난 2016 사대륙 선수권 대회에서 한국 아이스 댄스 선수로써는 가장 높은 8위에 오르며 마치 오랫동안 함께 해온듯한 호흡으로 평창올림픽을 성공적인 무대를 이끌 수 있었다. 그러면 지금부터 민유라 –알렉산더 겜린 선수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
Q. 안녕하세요. 민유라, 알렉산더 겜린 선수, 우선 자기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민유라이고, 이쪽은 제 파트너 알렉스입니다. 저는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났고, 지금은 디트로이트에서 훈련하고 있어요. 알렉스랑 함께 해 온지 1년 반 정도 되었습니다.
Q. 두 선수 모두 피겨 스케이팅은 어떻게 시작하셨는지 계기가 궁금해요.
겜린 : 저는 7살 때 스케이트를 타기 시작했어요. 제 쌍둥이 여동생이랑 생일파티에서 스케이트장을 갔었는데, 스케이트 타기 전에도 이것 저것을 해보던 중이었거든요. 근데 스케이트가 제일 좋아서 시작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민유라 : 저 같은 경우는 6살 때 시작했어요, 언니가 원래는 먼저 했었는데, 언니가 그만두고 어머니가 저에게 집중해서 스케이트를 시켰어요. 싱글 종목부터 시작을 했는데, 올림픽 비디오를 보고 너무 해보고 싶기도 했고 제가 혼자 하는 것보다는 같이 하는 게 더 좋았거든요. 그래서 13살 때부터 아이스 댄스 선수로 잠깐 했었고, 싱글로 전향했다가 디트로이트 와서는 다시 아이스 댄스 선수로서 활동하게 되었어요.
Q. 민유라 선수 – 겜린 선수가 팀을 결성하게 된 계기가 어떻게 되나요?
민유라 : 알렉스는 이전에 쌍둥이 여동생과 같이 호흡을 맞추고 있었고, 저는 팀 콜레토 선수와 호흡을 맞추고 있었어요.저는 이제 팀이랑 헤어지고 캘리포니아에 와서 훈련하면서 조금 쉬는 시간을 가지고 있었는데, 알렉스도 알렉스 여동생이 은퇴를 하게 되면서 스케이트를 그만 뒀었거든요. 당시 저도 파트너가 없으니까 알렉스에게 전화를 해서 같이 타볼래? 하고 전화를 했었어요. 알렉스는 당시에 학교 생활 등 일정이 잡혀서 잘 모르겠다고 했었구요. 그리고 제가 친구들이랑 여행을 갔던 마지막 날에 같이 타자고 전화를 받게 된거에요. 이후 바로 미시간으로 넘어가 훈련을 하기 시작했어요. 원래 트라이 아웃이라고 같이 일주일 타면서 테스트 해보는게 있는데 그런 것도 없이 바로 같이 훈련 시작했던 것 같아요. 워낙 저희 둘이 성격도 잘 맞고 전부터 알고 지낸 좋은 친구였으니까 바로 잘 맞더라고요.(웃음)
Q. 훈련은 보통 어떻게 진행되나요?
민유라 : 아침 6시 45분부터 8시 30분이나 9시까지 스케이트를 타고, 2~3시간 정도 쉰 후에 또 2시간 스케이트를 타요 .그 다음에 지상 훈련을 하고, 끝나면 발레나 댄스 수업도 받습니다.
Q. 이번 평창 올림픽의 감회가 어떠셨나요?
민유라 : 저희가 시즌을 늦게 시작해서 어떻게 될지 몰랐거든요. 시합도 많이 출전하지 못했기도 했고요. 우리가 최선을 다해서 좋은 점수를 받았기 때문에 기분이 좋았던 것 같아요.
Q. 올림픽에서 쇼트 댄스에서의 키포인트(각 댄스 유형별 반드시 해야 하는 요소와 경로의 수행 여부)를 다 맞춘 팀이 두 팀 있었는데, 그 중 한 팀이 유라 선수와 겜린 선수 팀이였어요.
민유라 : 네, 저희도 보고 깜짝 놀랬어요. 그렇게 좋은 평가를 받을 줄은 몰랐거든요. 기분이 너무 좋았어요.
Q. 두 선수가 생각하는 아이스 댄스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겜린 : 음... 저희 둘 다 비슷한데 음악에 맞추어 혼자가 아니라 함께 탈 수 있다는 것이 매력인 것 같아요.
Q. 이번 시즌 민유라 – 겜린 선수의 프로그램을 간단하게 소개해주세요.
민유라 : 쇼트댄스는 이번 시즌 패턴 댄스인 미드나잇 블루스에 맞춰서 섹시한 느낌을 내고 싶었어요. 그리고 이번 올림픽에는 스윙이나 힙합을 선택할 수 있는데, 저희는 K-Pop에 맞춰서 하고 싶다고 생각을 했었거든요. 근데 저희 코치님께서 처음에 듣고는 하지 말라고 하셨었어요. 근데 저희가 꼭 해야겠다고 했거든요. 그래서 저희가 작품을 만들었는데 듣고 난 후에도 코치님이 아니라고 하셨지만, 시합을 다니면서 우리 나라의 음악을 보여주고 싶어서 꼭 하겠다고 말씀드렸어요. 더군다나 저도 힙합 댄스를 좋아하고요. 빅뱅이랑 CL을 좋아해서, 빅뱅의 ‘뱅뱅뱅’과 투애니원의 ‘내가 제일 잘 나가’ 를 믹스해서 쇼트 댄스를 구성했습니다. 그리고 '아리랑'을 선택했죠.
프리 댄스는 쇼트 댄스 프로그램과는 180도 다른 분위기를 하고 싶었고 ‘아리랑’ 의 음악들에 맞춰서 구성하게 되었습니다.
겜린 : 여동생과 팀을 이루었을 때는 로맨틱한 분위기를 잘 내지 못했는데, 그런 분위기의 프로그램을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프리 댄스에서 이 음악을 선택한 것 같아요.
Q. 쇼트 댄스에서 하나 더 질문드릴게 있는데, 중간에 옷을 바꾸는 퍼포먼스가 있어요. 누구의 아이디어인지 궁금해요.
민유라 : 알렉스의 의견이었어요. 근데 알렉스 같은 경우는 상의만 오픈하면 되는데 저 같은 경우에는 세 곳 정도를 바꿔야 하거든요. 사실 경기를 하면서 긴장을 잘 하지 않는데 그 순간이 올 때마다 긴장이 되요. 집중해서 빨리 바꿔야 하기 때문이죠.
Q. 겜린 선수는 한국에 와서 좋았던 것이나 한국에서 느꼈던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겜린 : 음식이요! 삼겹살을 제일 좋아해요. 그리고 제가 뉴욕에서 살았어서 도시의 분위기를 좋아했는데 미시간에서는 도시의 분위기를 느끼지 못하거든요. 근데 한국에 오면 강남 등 번화가에 가면 사람도 많고 도시의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좋은 것 같아요.
Q. 마지막으로 항상 경기에 와서 응원해주는 팬들에게 한 마디 남겨주세요.
민유라 : 항상 응원해주셔서 감사해요. 연습 시간 때도 보러 와주시고 박수도 많이 쳐주시고 예쁜 사진들도 찍어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팬분들이 있기 때문에 저희가 더 힘을 받는 것 같습니다.
겜린 : 저도 항상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팬들의 응원 덕에 마음이 따뜻해지고, 제가 비록 한국에서 나고 자라지는 않았지만 마치 제 조국에 있는 것 같다고 느끼게 해줘요. 너무 감사드립니다.
인터뷰 내내 두 선수의 밝은 에너지를 느낄 수 있던 것 같아 편하게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두 선수가 이번 평창 올림픽에 환상적인 무대를 마치며 앞으로의 내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그들의 무대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