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떠나는 그래블 라이딩은 어떨까?
자전거를 타기 전에는 감히 상상도 못할 만큼의 거리를 우리는 아무렇지 않게 달리고 있다. 누군가와 함께 달릴 때도 있지만, 때로는 나 혼자 모든 것을 감당하고 있지 않은가..
혼자 떠나는 그래블 라이딩은 어떨까? 그래블 라이딩에 대한 로망은 원래부터 혼자만의 라이딩을 꿈꿨었다. 고독한 미식가처럼, 고독한 그래블 라이더의 묵직한 라이딩! 흙먼지를 날리며 세상을 등지고 우직하게 달리는 이미지를 꿈꿨다. 로드 바이크 레이스에서는 상대 팀이라 할지라도 협동을 통해서 후미 그룹과의 거리를 벌리는 등 상당히 다양한 전술이 있긴 하지만, 자전거 라이딩 본연의 감성과 멋은 역시 나 자신의 완전한 독립이 아닐까.
산속에서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해봤다. 평일이지만, 점심시간이었기에 "누군가는 들어오겠지" 하며 호기롭게 방송을 켰는데, 약 15분 동안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다. 알고 보니 비공개로 설정해두고 방송을 하고 있었다. 나 원 참... 크게 마음 상할뻔했는데 다행이다. 설정을 다시 하고 새롭게 방송을 켰더니 약 4~6명 정도 들어오셔서 한동안 댓글을 보며 떠들었다. 그러나 산속이라서 접속이 끊겨 채 5분을 넘기지 못하고 종료되었다.
완전한 고립을 위해 산으로 라이딩을 왔지만, 인간이란 이렇게나 간사하다, 금세 관종 병이 도저 라이브 방송을 하다니... 이것이 역사적인 나의 유튜브 첫 방송이었다. 얼마 전 구독자 1,000명과 4,000시간을 돌파해서 언제나 해볼까 했는데, 이렇게 첫방을 해버렸다. (보신 분들은 그래도 나름 선택받으신 분들... 후훗)
혼자라서 그런지 어찌 보면 별것 없을 것 같은 길도 쉽게 진입하기 어려웠다. 이 길 끝에 뭐가 있는지 모르니까. 혹시라도 펑크 나거나, 조난당하거나 한참을 달렸는데 말도 안 되는 곳으로 빠져나와 코스를 이탈해버리면, 큰 낭패를 보게 될 테니 말이다. 오늘은 그런 고난을 혼자 감당하기엔 마음의 준비가 안 돼있었다. 흙길을 달리고 싶어서 한동안 내려갔지만, 아차 싶어서 다시 올라왔다. (그래블 바이크로는, 그리고 혼자서는 위험할 수 있는 길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이거 실화? 갑자기 얻어걸린 이곳! 폭포와 분수가 얼어있는데, 이게 진짜인지 조형물인지 구분이 가질 않았다. 폭포는 그렇다 쳐도 저 솟아오르는 물줄기가 그대로 얼었다니, 진짜라면 정말 신기한 일인데, 위치로 봐서는 외진 곳이라 조형물 같진 않기도 하고 생각해보니 영 말이 안 되는 얼음도 아니긴 하다. 솟아오르는 분수가 겹겹이 얼어붙으면 저렇게 커질 수 있을 테니까.. 아무튼 처음 보는 신기한 광경이었다.
로드바이크가 운동영역에 좀 더 강한 포지션을 하고 있다면 그래블 라이딩은 정말 여행에 가깝다. 이곳저곳을 누비고 탐험하게 하니까 말이다. 누군가는 MTB가 더 적합하다고 할지 모르지만, 요즘에는 시골길이라 할지라도 시멘트 포장길이 더 많다. 그래서 그래블 바이크가 최적이라 생각한다. 물론 개인의 취향 문제겠지만...
라이브 방송을 고프로로 연결해서 하느라 배터리를 거의 모두 소모해버렸다. 혹시 몰라서 충전용 보조 배터리를 챙겼는데 차에 두고 가져오질 않았다. 역시 그냥 여분의 고프로 배터리를 추가하는 게 현명해 보인다. 그리고 좌측에 토픽 공구를 부착했는데 벨크로 벨트가 있어서 이렇게 외부에 부착해두니 사용하기 편했다. 우측엔 스테인리스 컵을 매달아 뒀다.
끌바는 창피한 게 아니야! 나를 아껴주는 거야! 업힐은 크게 두 개를 넘어야 했는데 두 번째 업힐이 노면에 모래가 많은 데다가 경사도도 더 세서 힘들었다. 하지만, 우리에겐 끌바가 있지 않은가. 그래블 바이크는 로드바이크보다 끌바에 대한 마음의 장벽? 이 아주 낮기 때문에 언제든지 내릴 수 있다!
멋진 경치를 보거나,
아주 위험해 보이거나,
그냥 내리고 싶거나,
내 마음 내키는 대로 언제든지 내리면 된다.
어느덧 봄이 성큼 다가온 느낌. 여분의 동계용 재킷을 가져왔지만 한 번도 꺼내지 않았다. 오히려 입고 있던 옷을 벗어서 땀을 식혔다. 숲과 길가에 새들 소리로 가득했는데, 그 소리를 듣고 있으니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것 같았다. 사실은 더웠지만....
겨울은 봄이 오는 길을 내어주어 가장자리로 비켜서 있었다.
이제 슈커버를 착용하지 않아도 발이 시리지 않았고 한동안 달리다, 버프와 겨울용 모자를 벗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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